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
기준점 효과란 알지 못하는 수를 추정할 때 실제 답과 전혀 관련이 없는 특정 값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우 추정치가 특정 값에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점 효과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다니엘 카너먼과 그의 동료 아모스가 <사이언스>지에 숫자 돌림판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며 알려졌다.
숫자 돌림판 실험
실험은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우선 참가자들은 각자 0부터 100까지 적혀있는 숫자 돌림판을 돌린다. 이 돌림판은 숫자 10 혹은 65가 나오게 설계가 되어 있어 참가자들은 10이나 65 둘 중 하나의 숫자를 보게 된다. 그 후 유엔의 아프리카 국가 비율을 추측해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숫자 10을 본 참가자들은 숫자 65를 본 참가자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비율을 추측했다.
기준점 효과는 점화 효과로도 작용을 한다. 가령 '링컨은 몇 살에 사망했는가?'를 물어보기 이전에 '링컨이 사망한 나이가 150세 이상인가 이하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면 150살이라는 터무니없는 숫자도 추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당연히 150년을 사는 사람은 없지만 150이라는 숫자를 듣게 된다면 우리의 뇌는 링컨이 오래 살았다는 인상을 만들어낸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의 심리학자 토마스 무스바일러와 프리트 슈트라크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독일의 연평균 기온과 관련된 관련 없는 두 숫자를 보여준 후 각 계절과 관계된 단어들을 보여줬다. 높은 기온을 본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와 연관된 단어를 쉽게 알아보았고 반대로 낮은 기온을 본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와 연관된 단어를 쉽게 알아보았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실험 결과에 대해 불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와 비슷한 실험을 합리적이고 뛰어난 지적 수준을 가진 전문가들에게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그 기준점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생각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 보이는 것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말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별생각 없이 했던 말,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외부와 수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산다.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기준점 효과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준점 효과의 그늘에서 벗어나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주어지는 정보에 대해 의심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Daniel Kahneman